목자의 에세이
열매 중에 열매
태풍이 몰아치던 그날 밤, 그날 밤은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베란다 앞 감나무 식구들이 그 거센 바람을 몸으로 받아 내느라
사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감부터 작은 아이들 감까지 붙어 있으려, 떨어지지 않으려,
서로의 손을 잡고 울부 짓은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주변에는 잎새 우는 소리가 들려오고, 비바람이 쉴 새 없이 때려대는
아픔을 견디지 못하여 잎새의 지붕은 날아가 버립니다.
잎새의 안전도, 이 가을에 아름다운 색깔의 꿈도 날아가 버립니다.
그러나 잎의 지붕과 잎새의 노래를, 잎새의 안전을 버리지 않았다면
잎새에 안은 태풍으로 인하여 감나무 식구들을 제각기 흩어져
땅바닥에 내 뒹굴고 말았을 것입니다.
잎새와 함께 바람의 저항도 버려서 감나무 식구들은 살아남았습니다.
밤새 광풍을 만나 바람과 사투하다가 살아 나온 베드로처럼
파김치가 되어 있는 감나무 식구들에게서 희망을 볼 수 있었고
어떤 음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인류의 가장 큰 태풍, 저주의 바람이 불어 닥치는
고난의 십자가 위에서 나의 안전을 벗어 던지고,
만왕의 왕의 왕관을 벗어 던지고, 수치를 벗어 던질 때,
내 생명과 내 피를 버릴 때 사망에서 생명으로, 죽음에서 영생으로,
썩음에서 부활로 가는 첫 열매를 맺었느니라 너도 따라 오겠느냐?”
많은 감나무 중에 우리 집 앞 감나무만 머리위에 잎새가 거의 없습니다.
잎새가 거의 날아가 버렸습니다. 꼭 저의 대머리처럼 가운데 머리가 다 날아갔습니다.
머리 꼭대기 중심부터 얍삽한 계산을 다 버린 셈입니다.
의지 하는 안전을, 외투를 다 벗어 던졌습니다.
그리고 감나무 열매만 남았고 감나무 식구들의 노래만 남았습니다.
위만 바라보라는 음성만 남았습니다.
고난 이후에 열매 중에 열매만 남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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