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의 에세이
사랑의 교향곡
지난 가을, 그 엄청난 바람에도 한해의 교향곡을 성실하게 연주하던 나뭇 잎새들이 몸부림으로 떠나갔고,
떠나보냈던 교회 옆 공원에 다양한 잎새들이 어떤 새로운 힘을 입고 더 크고 밝은 얼굴로 돌아왔다.
색깔도 달라 보이고, 노래도 새 노래로 들리고, 뻗어 오른 힘도 달라 보인다.
떠나갔을 때, 그 겨울에 들어간 그들을 어떤 위대한 손이 어루만진 건지...
전능자의 손이 천국의 색깔을 집어넣어 준건지...천사의 노래를 부어 준건지..
말 한마디만 해도 바위가 갈라지고, 마른 바위에서 샘물이 나고, 쓴 물이 달게 되고,
죽은 지 나흘 되도 죽음을 잠자는 것으로 풀어 헤치는 부활을 보여 주신 건지...
그 믿음을 이 봄에 나무를 두른 잎새처럼 이 몸에 온통 두르고...
또 한 번 얽매임을 벗어나 나는 절대자 앞으로 돌아가 이런 전능자의 만짐과 부으심,
노래와 능력을 기대하면서, 먼저 전능자가 나를 잠시 목양이 울타리에서 놓아 주시고
내가 나를 전능자의 품으로 놓아 주려 한다.
세상에 가득한 영광, 그분의 품에서만 내가 내가 될 수 있고,
내가 온전한 목자로 부음을 입어 다시 돌아올 수 있으니까.
자연과 역사에 그분의 품을 투영하시고 넣어 주셨다면,
나는 그분의 품으로 주저함 없이 나를 보낸다.
님의 자리로 나를 보내는 떠남을 시작하려 한다.
그 일들은 사명의 일상에서도, 목양의 늪 속에서도 보지 못하던 것을 보게 할 것이다.
그동안 만남과 열정 가운데서도 보지 못하던 보화를 보게 할 것이다
먼저 나를 보게 할 것이다.
모세 홀로 광야에 서 있을 때, 주님 없으면 안 되는 자신을 보았듯이...
또 하나 전능자를 보게 할 것이다.
지친 엘리야가 로뎀나무 그늘에서 작은 신음에 달려오시는 그분이 손이 있음을 보았듯이...그리고 사람을 보게 할 것이다.
바울이 기도의 광야에서, 고독의 광야에서 영혼의 손짓을 보며 주님을 보았듯이...
우리는 나 홀로 전능자 앞에 서게 될 때, 그때 보여 주시는 이런 음성을 듣고 볼 때,
비로소 전능자의 사랑을 담아 이 땅을 뜨겁게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잠시 떠남과 홀로 섬이 진정한 사랑의 연주를 할 수 있는 사랑의 교향곡인 셈이다.
이 봄에 나는 가슴에 녹아 품고 있었던 양들을 잠시 십자가 품에 맡겨 놓고
잠시 길을 나선다. 더 큰 사랑의 교향곡을 위하여...
번호 | 제목 | 작성자 | 등록일 | 조회수 | 첨부 파일 |
---|---|---|---|---|---|
28 | 소통의 법칙 | 권순호 | 2021-12-07 | 75 | |
27 | 언제라도 봄 | 한종우목사 | 2021-02-05 | 129 | |
26 | 사랑의 교향곡 | 구리하늘샘교회 | 2020-08-14 | 286 | |
25 | 열매 중에 열매 | 하늘샘교회 | 2019-09-17 | 468 | |
24 | 사랑의 교향곡 | 하늘샘교회 | 2019-05-07 | 589 | |
23 | 고향 하나면 된다 | 하늘샘교회 | 2019-01-31 | 606 | |
22 | 사랑을 위하여 | 한종우목사 | 2018-05-03 | 960 | |
21 | 여기에 와 있다 | 한종우목사 | 2018-02-18 | 1024 | |
20 | 만남을 위하여 | 한종우목사 | 2016-10-07 | 1613 | |
19 | 그 빛 마음에 받아 | 한종우목사 | 2016-06-03 | 1600 | |
18 | 얻는 원리 | 한종우목사 | 2016-05-13 | 1616 | |
17 | 은총의 가치 | 한종우목사 | 2016-02-19 | 1603 | |
16 | 십자가가 필요한 곳 | 하늘샘교회 | 2016-01-08 | 1715 | |
15 | 박 수 | 한종우목사 | 2015-11-13 | 1608 | |
14 | 어떻게 해산했는가 | 한종우목사 | 2015-10-30 | 155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