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의 에세이
만남을 위하여
가을의 색깔에 온통 물들어 버릴 때면 나는 나와의 만남의 시간에 내 마음의 진한 감동을 타놓고 간 사람들을 생각한다. 불가항력적인 힘에 이끌려 이별해야 하지만 붙들고 싶고,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 여러 날을 가슴앓이 했던 기억들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떨림으로 깊이 남아있다.. 이 길을 걸으면서 많이 보냈고, 많이 이별했다.
기억의 잔을 떠올릴 때마다 종종 아픈 일은 그 몸짓에 내가 빨리 대답해 주지 못했던 것은 그의 시간을 내가 계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 “시간은 많아”.. 본이 아니게 사방에서 부름에 응답다 보면 늘 가슴에 품고 되새김질 하는 정작 사랑하는 사람들의 시간을 내 마음대로 늘이고 많게 만들어 버리곤 한다. 때론, 그의 시간 안에 달려갔을 땐 이미 그는 님의 시간 속으로 날아가 버리고, 내가 나를 힘든 고독 속으로 던져 넣을 때가 있었다.. 한동안 나도 홀로 있었고, 눈물도 홀로 있었다..
그땐 나는 홀로 남아서 그리움을 거품에 덮인 카푸치노에 넣어 그 거품을내 안으로 마시면서 “거품인 것을, 거품인 것을”... 하며 되뇌인다. 거품인 것을 붙잡으려고 달려가다가 사람을 보지 못하고, 영혼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말 거품으로 사라진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나는 아직 세상을 살아가는 거품이라도 그는 님의 나라에서 깨어나기 때문에 거품이 아닌 것을 아는 것은 그가 내 잔에 타놓고 간 십자가, 사랑, 헌신, 겸손함, 나눔, 비움...등은 또 다른 현실, 그 나라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이곳은 사라져도 그곳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만나야 할 것들을 만나러 간 것이다.. 그가 만날 것들은 님의 빛이고, 빛에서 나오는 영광이고, 시들지 않는 양식일 것이며, 육체를 이겨낸 새로운 몸들일 것이다..이 땅에 남기고 간 내용들로 그런 천상의 것들을 분명히 만날 것이기에 이별이라고 말하지 않으리라..
우리는 이 잔에 고인 그의 기억을 끌어안고 님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그를 만나기를 사모한다면 우리도 이웃에게 거품 아닌 사랑을 오래도록 남겨두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도 달려가라..만남을 위하여...
누구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절대자의 자리에 앉아서 마음대로 시간을 늘리지 마라. 시간은 고무줄이 아니다..달려가라..서로 달려가라...
만남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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