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의 시
은행잎 얼굴
2024-11-08 11:33:16
권순호
조회수 185
새파랗게 질리도록
폭풍과 더위를 다 받아 내고는
노랗게 다 빠지고 내려놓은
그 얼굴은
다 익은 꽃
다 담은 꽃
거꾸로 피는 꽃
다 준 꽃
다 이룬 꽃
떨어져도 행복한 꽃
밟혀도 웃는 꽃
또 다른 세상을 걷게 하는 꽃
그 누구든
마지막이 꽃이 될 수 있다면
십자가에서 님처럼 떨어져도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꽃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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