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의 시
내가 안다
2024-02-14 16:35:23
권순호
조회수 92
너는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알아 들었다
겨울로 말했지만
봄의 소리로 보았고
뿌리로 움직였지만
잎새임을 보았고
겨울의 발톱이
사정없이 할퀴고 갔지만
신록의 젖을 짜내고 있는
너의 숭고한 결단을 보고
내 눈물의 병 안에
네 눈물을 채운다
나는 안다
너의 밤이 얼마나
소리쳤는지
너의 이불이 얼마나
얇게 느껴졌는지
너의 호흡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는지
너는 이 모든
음침한 골짜기에서도
내 노래를 만들어 내느라
또 한 번 긴 밤 지새운 것
내가 안다
네 노래를 내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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