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의 에세이

    말씀에 의지하여
    2026-04-08 16:10:38
    조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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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보통 눈에 보이는 것에 몸을 싣는다. 경험, 계산, 확률, 그리고 내가 쌓아 올린 확신들. 그러나 신앙의 자리에서는 종종 그 모든 것이 조용히 무너지고, 대신 붙들어야 할 것이 하나 남는다. 바로 말씀이다. 말씀을 의지한다는 것은 상황이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태도가 아니라, 상황이 모호할수록 더 깊이 기대는 선택이다.

    말씀은 언제나 즉각적인 해결책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질문하게 하고, 더 오래 머물게 하며, 쉽게 포기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말씀을 의지하는 이유는, 말씀이 길을 설명해 주기보다 길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앞이 보이지 않을 때에도 한 걸음 내딛게 하는 근거가 되고, 마음이 흔들릴 때 중심을 붙드는 기준이 된다.

    사도행전 19장에서 에베소의 변화는 소란이 아니라 지속에서 일어났다. 바울은 하루아침에 도시를 바꾸지 않았다. 날마다 말씀을 전했고, 그 말씀이 사람들 안에 머물렀다. 결국 사람들은 삶의 가장 깊은 부분-붙들고 있던 옛 습관과 가치-을 내려놓게 되었다. 말씀을 의지한다는 것은 이렇게 삶의 방향을 바꾸는 신뢰다.

    오늘도 신앙은 묻는다. “무엇을 의지하고 있느냐. 내 판단인가, 내 감정인가, 아니면 변하지 않는 말씀인가. 말씀을 의지한다는 것은 안전한 선택이 아니라, 가장 진실한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 위에서, 하나님은 여전히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일하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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